Kitobni o'qish: «명예의 눈물 », sahifa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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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캔드릭 왕자는 오늘에서야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캔드릭 왕자의 마음 속에는 그 동안 지하 감옥에서 지냈던 시간이 떠올랐다. 덕분에 이제는 작은 것 하나까지도 소중히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들었다. 내리쬐는 태양, 머리를 스치는 바람과 같이 바깥 세상에서 느끼는 모든 것이 감사했다. 말을 타고 달리며, 주변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느끼며, 다시 실버 전사로 돌아와 다시 무기를 걸치고 동료 전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말을 달리는 이 순간이 마치 대포를 맞은 듯 기존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무모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캔드릭 왕자는 몸을 낮추고 바람을 가르며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그의 옆에는 친한 동료 아트미가 말을 달리고 있었다. 이렇게 동료 실버 전사들과 함께 싸울 수 있다는 사실에, 이번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맥클라우드 왕가가 점령한 마을을 되찾고 그들에게 침략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리라 굳게 다짐했다. 캔드릭 왕자는 한 시라도 빨리 피 흘리는 전투를 맞을 생각에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그는 사실 지금 그가 느끼는 분노와 노여움이 맥클라우드 왕가가 아닌, 자신의 동생 개리스를 향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캔드릭 왕자는 자신을 구금 시킨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아버지의 암살자라는 누명을 씌우고, 동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을 연행하고 또 처형하려 계획했던 개리스 왕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개리스 왕에게 보복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 지금, 적어도 오늘 당장 보복을 할 수 없기에 캔드릭 왕자는 그 분노를 맥클라우드 왕가에 돌리고 있었다.

캔드릭 왕자는 왕실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바로잡을 심산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개리스 왕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여동생 그웬돌린 공주를 새로운 지도자로 세울 생각이었다.

전속력으로 말을 달리다 보니 군대는 어느덧 약탈당한 도시에 가까이 다가갔다. 엄청나게 거대한 검은 연기와 구름이 군대 앞에 펼쳐졌고 탁하고 매운 연기가 캔드릭 왕자의 코를 찔렀다. 이렇게 처참히 짓밟힌 도시를 보고 있자니 캔드릭 왕자는 마음이 아팠다. 만약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다면 절대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만약 개리스가 후계를 잇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맥길 왕가와 실버 전사에게 있어 이는 불명예스러운 오점으로 남을 일이었다. 캔드릭 왕자는 백성들과 마을을 구하기에 군대가 너무 늦지 않게 도착했기 만을 간절히 빌었다. 맥클라우드 왕가가 저 곳에 도착한지 오래 되지 않았기를, 너무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지 않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캔드릭 왕자는 더욱 박차를 가해 다른 전사들보다 앞서 나갔다. 모든 전사들은 엄청난 속도의 벌떼처럼 일제히 도시의 입구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모두가 하나의 움직임으로 달렸다. 캔드릭 왕자는 맥클라우드 군대와 맞서기 위해 검을 뽑아 들고 도시 안으로 진입하며 크게 기합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다른 전사들도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전쟁에 대비했다.

그러나 먼지가 가득한 도시 안으로 진입한 캔드릭 왕자는 눈 앞의 광경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으로는 온통 침략이 벌어진 후 남은 잔재들뿐이었다. 망가진 도시와, 이곳 저곳에서 일어난 불과 붕괴된 집들과 쌓여있는 시체와 바닥에 널브러진 여인들의 모습뿐이었다. 가축들은 도살 당했고 벽마다 핏자국이 선명했다. 어마어마한 대학살의 현장이었다. 맥클라우드 왕가는 이곳의 선량한고 무고한 백성들을 모두 비참이 유린했다. 눈 앞의 광경에 도저히 분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 왕자는 맥클라우드 왕가의 비겁한 행동에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캔드릭 왕자를 의아하게 만든 건 그 어디에서 맥클라우드 왕가의 군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전 군대가 의도적으로 자리를 피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맥길 왕가의 군대가 이곳에 온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눈치였다. 여전히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길을 보아하니 맥클라우드 왕가에서 일부러 맥길 왕가의 군대를 유인하기 위해 불을 피우고 달아난 게 분명했다.

이렇게 유인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캔드릭 왕자는 고심했다. 왜 맥클라우드 왕가의 군대는 맥길 왕가의 군대를 이곳으로 유인했는지 이유를 알아야 했다.

대체 왜 그랬단 말인가?

캔드릭 왕자는 신속히 주변을 둘러보며 혹시 사라진 병사들이 없는지, 혹시 다른 곳으로 유인 당한 병사들은 없는지 빠르게 살폈다. 캔드릭 왕자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병사들을 따로 유인해 그들을 매복하기 위한 계략이었다는 생각이 빠르게 들었다. 왕자는 샅샅이 곳곳을 살피며 어느 병사들이 사라졌는지 가늠했다.

그리고 순간 캔드릭 왕자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왕자의 후견부대원.

토르.

제6장

언덕의 정상에서 말에 앉아 있는 토르의 곁에는 부대원 친구들과 크론이 함께 있었다. 토르는 눈 앞에 펼쳐진 믿지 못할 광경을 바라봤다.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엄청난 병력의 맥클라우드 병사들이 말을 타고 토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토르 일행은 그렇게 함정에 빠졌다. 포그 지휘관이 분명 목적을 가지고 이들을 이곳으로 인도한 게 분명했다. 그가 이들을 배신한 것이었다. 그러나 도대체 왜 그랬단 말인가?

토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눈 앞에 닥친 죽음의 위기를 바라봤다.

맥클라우드 왕가의 병사들이 크게 함성을 지르며 토르 일행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그들은 불과 몇 백 미터 거리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부대원들이 정상에 오르자 빠르게 접근했다. 재빨리 뒤를 돌아 봤지만, 토르 일행을 지원해줄 병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고립된 상황이었다.

토르는 이곳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 외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작은 언덕에서, 오랫동안 버려진 유적지가 있는 이 곳이 바로 토르가 죽을 자리였다. 토르 일행에게 승산은 없었다. 토르와 부대원들이 저 많은 맥클라우드 왕가의 병력을 무찌를 방법이라는 게 존재할 리가 만무했다. 어차피 죽을 바에는 진정한 전사로서 정의롭게 싸우다 죽고 싶었다. 왕의 부대에서 훈련을 하며 명예로운 죽음이란 무엇인지 확실하게 깨우친 토르였다. 도망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눈 앞에 닥친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토르는 고개를 돌려 부대원 친구들의 얼굴을 살폈다. 그들 또한 토르처럼 공포에 질려 창백한 얼굴이었다. 그들도 토르와 똑같이 죽음을 예상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용감하게 죽음에 맞서기로 한 모습이었다. 토르 일행이 탄 말들이 겁에 질려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부대원들은 그 누구도 주춤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고 그 누구도 도망가려 하지 않았다. 부대원들은 하나의 공동체였다. 친구 그 이상이었다. 백일 훈련을 함께 받으며 토르와 친구들은 어느덧 형제애로 뭉치게 됐다. 부대원들 모두가 서로의 곁을 지켰다. 모두가 자신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맹세를 마친 부대원들이었다. 그리고 부대원들에게는 비루하게 목숨을 구하는 것보다 명예가 더 중요했다.

“친구들이여, 우리 앞에 전쟁이 펼쳐질 거야.”리스 왕자가 천천히 말을 뱉으며 검을 꺼내 들었다.

토르는 허리춤에서 새총을 꺼냈다. 맥클라우드 왕가의 군대가 근접하기 전 최대한 많은 적군들을 쓰러뜨리기 위함이었다. 오코너는 짧은 창을 꺼냈고 엘덴은 투창을, 콘발은 헤머를, 콘벤은 창살을 꺼냈다. 토르와 안면이 없는 다른 부대원들도 각각 검과 방패를 꺼내 전투에 대비했다. 긴장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토르 또한 두려움을 느꼈다. 천둥번개 같은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늘을 찌르는 듯한 맥클라우드 왕가의 병사들의 기합소리가 울리자 마치 엄청난 천둥이 토르 일행을 향해 달려드는 것 같았다. 적에게 맞설 전략이 필요했다. 그러나 병법이라곤 아는 게 없었다.

토르의 곁에 있던 크론이 으르렁거렸다. 그런 크론의 모습에 토르는 깊은 영감을 받았다. 크론은 지금껏 위기 앞에서 한번도 도망가거나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크론은 털을 잔뜩 세우고 으르렁거리며 혼자서 모든 병사들을 상대할 기세로 점점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토르는 크론이야말로 진정한 전쟁의 협력자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다른 병사들이 우릴 지원하러 와줄까?” 오코너가 물었다.

“제 시간에 오긴 힘들 거야.” 엘덴이 대답했다. “포그 지휘관이 우릴 함정에 빠뜨렸어.”

“그렇지만 왜 그런 거지?” 리스 왕자가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토르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가 그런 이유가 저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누군가 제가 죽길 바라는 것 같아요.”

부대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토르를 바라봤다.

“왜?” 리스 왕자가 물었다.

토르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토르 또한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토르는 이 모든 것이 선대 맥길 왕의 암살과 관련된 왕실의 음모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가장 의심이 가는 인물은 개리스 왕이었다. 아마도 그가 토르를 위험 인물이라 판단한 듯 보였다.

토르는 부대원 친구들까지 위험에 빠뜨리게 한 사실에 큰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 토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만히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가장 먼저 선제 공격에 나서 적들의 시선을 교란해 나머지 부대원들이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싶었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겁먹지 않고 명예롭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다.

속으론 많이 떨었지만 겉으론 태연하게 보이려 최대한 애를 썼다. 토르는 부대원들을 두고 더욱 앞으로 전진하며 달려나가 토르 일행을 향해 달려오는 병사들을 향해 달렸다. 토르 옆에는 크론이 바짝 붙어 달렸다.

토르의 뒤에서 부대원들의 기합소리가 들렸다. 모든 부대원 일행이 전속력으로 질주해 토르 뒤를 바짝 쫓으며 전진했다. 부대원 일행은 토르와 불과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모두가 기합 소리를 질러대며 전속력으로 전쟁을 향해 달렸다. 토르는 계속해서 선두에서 달려나갔고, 부대원들의 지원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토르의 맞은편에는 맥클라우드 왕가의 선발대 병사들이 전속력으로 토르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약 50여명 정도 돼 보였다. 100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빠르게 토르를 향해 달려왔다. 토르는 새총을 꺼내 돌을 장착하고 목표물을 정해 신속하게 날렸다. 토르의 목표물은 가장 리더로 보이는 듯한 큰 체구의 은색 흉갑을 두른 병사였다. 토르는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췄다. 토르는 새총으로 상대편 병사의 갑옷 바로 위로 드러난 목 부분을 맞췄고 가장 선두에서 달려오던 병사는 말에서 떨어져 바닥 위를 굴렀다.

그가 떨어지는 동시에 그의 말도 함께 바닥에 굴렀고 그 바람에 그의 뒤에서 달려오던 수십 명의 병사들이 타고 있던 말이 서로의 발에 걸려 서로 부딪히며 다 함께 한데 엉켜 땅 위를 나뒹굴었다.

맥클라우드 병사들이 어떻게 손을 쓰기도 전에 토르는 다시 한번 새총을 장착해 목표물을 향해 날렸다. 이번에도 한치의 빈틈도 없는 명중이었다. 토르는 또 다른 리더로 보이는 병사의 관자놀이를 정확하게 조준했고 새총에 맞은 병사가 쓰러지며 그 뒤를 따르던 나머지 병사들도 도미노처럼 일제히 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선두로 나선 토르의 뒤에서 상대편 병사들을 향해 투창과 창이 날아갔고 이후 해머와 창살이 날아갔다. 토르는 뒤에서 달려오는 부대원들이 적군을 향해 함께 공격해주며 토르를 지원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부대원들은 모두 결의가 대단해 보였다. 부대원들이 던진 무기는 맥클라우드 왕가의 병사들을 맞혔고 몇몇 병사들이 말에서 굴러 떨어지며 그들 뒤에서 전속력으로 질주하던 다른 병사들마저 그들에게 길이 막혀 제각각 말에서 떨어졌다. 그 덕분에 눈 앞에는 엄청난 먼지 바람이 일어났다.

그러나 맥클라우드 왕가의 군대는 막강하기 그지 없었다. 이번엔 그들이 반격에 나섰다. 토르와 적군과의 거리가 30미터 정도로 좁혀졌을 무렵 맥클라우드 왕가의 병사들은 토르를 향해 갖가지 무기를 던지며 공격에 나섰다. 해머가 날아오자 토르는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찰나의 순간에 해머가 토르의 오른 쪽 볼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지나갔고, 윙 하는 소리가 바로 그의 귓가를 세게 스치며 지나갔다. 눈앞에서 날아오는 창을 피해 토르는 신속히 몸을 숙였다. 창 끝이 갑옷을 조금 뜯고 지나갔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창살이 토르의 얼굴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자 토르는 방패를 들어올려 날아오는 창살을 막았다. 창살이 그대로 방패에 박혔고 토르는 방패를 내리고 손을 뻗어 방패에서 창살을 뜯어 다시 적군에게 창살을 날렸다. 토르가 던진 창살은 적군의 갑옷을 뚫고 그대로 가슴에 박혔다. 창살을 맞은 적군은 소리를 지르며 말에서 떨어져 그대로 즉사했다.

토르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고 죽을 각오와 함께 적군의 어마어마한 병력 속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토르는 어마어마한 기합 소리와 함께 검을 빼 들어 크게 함성을 질렀다. 토르의 뒤로 부대원 친구들이 함께하며 모두가 큰 소리로 죽을 각오를 하듯 크게 함성을 외쳤다.

무기가 부딪히며 울리는 쩌렁쩌렁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수염이 덥수룩한 거구의 전사가 토르를 향해 달려들어 양 손의 도끼를 공중으로 처 들어올린 뒤 토르의 목을 겨냥하며 힘껏 내리쳤다. 토르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도끼를 피해 허리를 숙이는 동시에 적군의 배를 검으로 베었다. 적군은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말에서 떨어졌고 그의 양 손에 쥐어있던 도끼는 공중으로 날아갔다. 공중으로 날아간 도끼는 다른 맥클라우드 병사가 타고 있던 말을 내리 찍었고 그 덕에 말에 타고 있던 병사가 말에서 떨어지며 다른 병사들의 진로를 방해했다.

토르는 계속해서 엄청난 병사들이 포진해있는 적군들의 무리 속을 파고들었다. 눈 앞을 막고 있는 수백 명의 병사들을 가르며 그들이 겨누는 칼날과 도끼와 철퇴를 막고 피하며 반격하면서 다시 검으로 적군들을 찌르고 다시 몸을 숙여 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앞으로 돌진했다.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토르는 너무 민첩하고 너무 날쌨다. 어마어마한 병력의 군대임에도 불구하고 맥클라우드 병사들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돌진하는 토르를 막아내지 못했다.

토르가 돌진하는 곳곳마다 금속이 부딪히는 어마어마한 소리가 들렸다. 곳곳에서 토르를 향한 강력한 무기들이 날아들었고 토르는 방패를 들어올리고 검을 휘두르며 모든 공격을 하나하나 막아냈다. 그러나 그 많은 공격을 모두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적군이 휘두른 검이 토르의 어깨를 스쳤다. 피가 흘러나왔고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이 절로 나왔다. 천만 다행으로 검은 살짝 스쳐 지났을 뿐이었다. 부상은 심하지 않았다. 그 정도 부상에는 끄떡도 없었다. 토르는 계속해서 반격에 나섰다.

맥클라우드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토르는 양 손으로 적군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반격했고 부대원들이 토르 편에 서서 함께 공격하자 이내 적군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맥클라우드 병사들이 토르 외에 다른 부대원들을 상대하며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는 더욱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검과 방패가 부딪히고 창이 말을 찌르고 투창이 적군의 갑옷을 뚫으며 곳곳에서 혈투가 벌어졌고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대원들은 유리한 지점에 있었다. 민첩함으로 무장한 10명의 소규모 부대원들은 거대한 적군들의 한 가운데 심장부에 위치해 있었다. 정 중앙에 부대원 일행을 놓고 맥클라우드 병사들이 이들을 둘러쌓고 있었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막아서는 형국으로 맥클라우드 병사들은 수 많은 병력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다같이 부대원 일행을 공격할 수가 없었다. 토르는 한번에 두 명 또는 세 명의 적군들을 상대했다. 적군들이 서로를 막고 있어 그 이상의 공격은 없었다. 토르의 뒤로는 부대원들이 주둔하여 뒤에서 공격하는 적군들을 막아주고 있었다.

한 병사가 토르가 다른 병사들과 전투를 벌이는 틈을 타 토르의 머리 위로 철퇴를 휘둘렀지만, 때마침 크론이 으르렁거리며 병사를 공격했다. 크론은 높이 뛰어올라 적군의 팔을 물어 뜯어 사방으로 적군의 피가 흩어졌다. 그 덕분에 적군이 휘두른 철퇴는 방향을 잃고 다른 곳으로 향했고 다행히 토르의 머리는 무사할 수 있었다.

정신 없이 싸우다 보니 적군과 맞서고 적군을 베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해내는 모든 장면이 흐릿하게 느껴졌다. 토르는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을 총 동원해 공격을 막았고, 다시 반격에 나서고 틈틈이 다른 부대원들을 도우며 동시에 스스로를 방어했다. 본능적으로 그간 습득해 온 모든 훈련 기술을 발휘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곳에서 이뤄지는 공격을 막아내는 기술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기술들이 이미 토르의 몸에 베어 있었다. 왕의 부대는 훌륭하게 부대원들을 훈련시켰다. 어느덧 이 전쟁이 익숙해져 가며 적응해버린 토르였다. 두려움은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 있었지만, 그 두려움에 휩싸이는 대신 스스로의 공포를 자제하고 조종할 수 있었다.

토르는 계속해서 적군과 대결했다. 계속되는 싸움에 서서히 양쪽 팔의 움직임이 무거워졌고 어깨에 통증이 더해졌을 무렵, 콜크 사령관이 전해줬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너희들의 적들이 절대 너희들의 방식으로 공격할거라 착각하지 말거라.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싸운다. 너희에겐 전장이지만 그들에겐 다른 의미일 수도 있다

순간 토르는 작은 키에 어깨가 넓은 적군이 양 손에 돌기가 있는 쇠사슬을 높이 들고 뒤에서 리스 왕자를 향해 돌격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리스 왕자는 상대 적군을 보지 못했다. 순식간에 리스 왕자의 목숨이 날아갈 판국이었다.

토르는 재빨리 말에서 뛰어내려 공중으로 몸을 날렸고 적군이 왕자의 목에 쇠사슬을 감지 직전 서둘러 그를 가격했다. 적군은 말과 함께 바닥으로 엎어지며 토르와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토르는 그대로 계속해서 바닥 위를 굴러갔다. 토르 주변으로 바람이 휘몰아쳤고 곳곳에서 말들이 발을 굴렀다. 토르는 떨어진 적군을 놓지 않고 땅에서 계속 제압했다. 상대편 적군이 엄지를 치켜들고 토르의 눈알을 파내려는 찰나, 토르는 새 울음 소리를 들었다. 이내 어디선가 에스토펠레스가 날아와 적군의 눈을 발톱으로 할퀴었다. 적군은 눈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고 토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팔꿈치로 적군을 가격해 그를 쓰러뜨렸다.

적군을 무찔렀다는 안도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누군가가 토르의 복부를 세차게 가격하는 바람에 토르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적군 한 명이 양 손에 도끼를 쥐고 토르의 가슴을 향해 휘두르고 있었다.

토르는 재빨리 몸을 돌려 피했고 토르를 향해 날아오던 도끼는 아무런 소득 없이 허공을 갈랐다. 죽기 일보직전의 순간이었다.

때마침 크론이 토르를 공격하던 적군에게 달려들었다. 크론은 공중으로 뛰어올라 송곳니로 적군의 팔꿈치를 물었다. 적군은 손을 뻗어 몇 번이나 크론을 세게 내리쳤지만 크론은 꿈쩍도 않고 버티며 깨문 팔꿈치를 절대 놓지 않았고 결국엔 적군의 팔꿈치 살점이 크론과 함께 떨어져 나갔다. 적군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적군은 다시 일어나 크론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토르가 재빨리 나서 방패로 적군의 검을 막아냈다. 방패를 쥔 손에 일어난 엄청난 타격의 충격이 토르의 온 몸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크론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방패를 뻗어 크론을 방어한 토르 자신은 무방비 상태였다. 그때 말을 탄 또 다른 병사가 토르에게 달려가 말로 토르를 밟았다. 말발굽에 얼굴을 밟힌 토르는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말의 발길에 온 몸의 뼈가 부서져 나가는 듯 했다.

곧이어 더 많은 병사들이 말에서 내려 토르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말에서 내려온 건 큰 실수였다. 다시 말에 올라탈 수가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었다. 바닥에 쓰러진 토르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주변을 살폈지만 다른 부대원들도 모두 적군에 맞서느라 정신 없는 모습이었다. 부대원들은 점점 기세가 꺾이고 있었다. 토르와 일면이 없던 부대원 한 명이 엄청난 비명을 외쳐댔다. 돌아보니 적군의 칼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고 칼에 찔린 부대원은 말에서 떨어지며 그대로 사망했다.

일면이 없던 또 다른 부대원이 사망한 부대원을 돕기 위해 급히 달려와 부대원을 죽인 병사를 창살로 찔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적군이 뒤에서 달려들며 검으로 그의 목을 베는 바람에 해당 부대원은 고통으로 신음하며 말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토르에겐 6명의 적군들이 달려들었다. 한 병사는 검을 들어 토르의 얼굴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토르는 방패를 높이 들어 그의 검을 막았고 그와 동시에 귓가에 금속이 부딪히는 쩌렁쩌렁한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러나 순식간에 토르의 측면에서 한 병사가 토르의 손을 발로 차 토르가 쥐고 있던 방패를 멀리 내팽개쳐버렸다.

또 다른 병사는 토르의 손목을 발로 밟아 토르를 바닥에 고정시켰다.

그 옆에 있던 병사가 때맞춰 창을 높이 놀려 토르의 가슴을 향해 청을 내리 꽂았다.

토르는 재빨리 몸을 돌렸고 크론이 창을 내리꽂는 병사에게 달려들어 그를 넘어뜨렸다. 그러나 다른 병사가 곤봉을 휘두르며 크론을 세게 가격하자 크론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대로 쓰러져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른 병사가 토르를 향해 달려와 토르의 눈앞에서 잔뜩 찌푸린 인상으로 삼지창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토르를 도와줄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병사는 토르의 얼굴을 향해 정면으로 삼지창을 내리 꽂았다. 토르는 적군에게 붙잡혀 바닥에 고정된 체 무방비 상태로 적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지금 이 순간이 생애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제7장

그웬 공주는 비좁은 오두막 안에서 고드프리 왕자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두 사람 곁에는 일레프라도 함께였다. 공주는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었다. 벌써 수 시간째 이어지는 고드프리 왕자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일레프라의 표정이 계속해서 어두워지는 모습을 더 이상은 지켜보기가 버거웠다. 고드프리 왕자의 죽음이 눈앞에 닥친 게 확실했다. 그러나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공주는 아무런 대비도 못하고 자리만 지킬 뿐이었다. 무언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봐야 했다. 그 무엇이라도 상관 없었다.

고드프리 왕자에 대한 걱정과 죄책감이 공주의 마음 속을 가득 메웠고 토르에게도 같은 심정이었다. 공주의 눈 앞에는 토르가 전쟁에 나서며 개리스 왕이 미리 파 놓은 함정에 빠지는 모습을, 그리고 그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무슨 수를 써서든 토르를 도와야 했다. 이렇게 앉아만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공주는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서서 방 밖으로 걸어갔다.

“어디를 가세요?” 오랫동안 기도를 올린 탓에 목이 쉰 일레프라가 거친 목소리로 공주에게 물었다.

그웬 공주는 고개를 돌려 일레프라를 바라봤다.

“곧 돌아올게.” 공주가 대답했다. “내가 꼭 해봐야 할 게 있어.”

공주는 오두막의 문을 열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해가 지는 저녁 노을이 눈이 부셔 공주는 두 눈을 깜빡였다. 하늘은 붉은 빛과 보라 빛을 뿜으며 저물어갔고 두 번째 태양은 저 멀리 수평선에 걸려 있었다. 문 밖에는 아코드와 펄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공주의 등장에 자리에서 일어나 걱정스런 표정으로 공주를 바라봤다.

“왕자님은 살 수 있나요?” 아코드가 물었다.

“잘 모르겠어.” 공주가 대답했다. “여기 계속 있어줘. 보초를 서줘.”

“어디로 가십니까?” 펄톤이 물었다.

핏빛으로 묽든 듯한 하늘과 알 수 없는 신비한 느낌을 전달하는 공기를 마시며 공주는 마음 속으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공주를 도와줄 수 있는 한 사람을 생각해냈다.

아르곤.

만약 아직까지 그웬 공주가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남아 있다면, 토르를 아끼고 선대 맥길 왕에게 충성을 바친 사람이 남아있다면, 공주를 도울 수 있는 힘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바로 아르곤이었다.

“특별한 누군가를 찾아봐야겠어.” 공주가 대답했다.

공주는 뒤돌아 황급히 평야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공주의 걸음은 점점 빨라져 어느새 아르곤의 거처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꽤 오랜만에 찾아가는 아르곤의 거처였다. 어린 시절 한 번 와본 게 전부였지만 공주는 기억을 더듬어 그가 황량하고 험준한 평원 한 가운데 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공주는 계속해서 쉬지 않고 달렸고 숨이 계속 차오를수록 평야는 점점 험준해졌다. 잔디는 자갈 밭으로 바뀌었고 어느새 자갈 위로 커다란 돌 더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이 휑했다. 달리면 달릴수록 주변 풍경이 으스스하게 변해갔다. 그 모습이 마치 별 위를 걷고 있는 득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공주는 마침내 아르곤의 오두막에 도착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랐지만 공주는 지체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문을 두드리는 문고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공주는 이곳이 아르곤의 거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르곤!” 공주가 외쳤다. “저에요! 맥길 왕의 딸이요! 저를 좀 들여보내주세요! 명령이에요!”

공주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이 황량한 바람만 불어댔다.

결국 공주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온 몸이 탈진한 상태였고 아무것도 못하는 무력한 자신의 모습에 속이 상했다. 공주는 더 이상 갈 곳을 잃은 사람처럼 큰 공허함을 느꼈다.

태양이 하늘 아래로 자취를 감추며 핏빛으로 붉게 물들었던 노을에 황혼이 찾아왔다. 공주는 다시 뒤로 돌아 언덕을 내려갔다. 길을 걸으며 공주는 눈물을 닦아냈다. 이제는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알고 싶었다.

“부탁 드려요, 아버지.” 공주가 눈을 감고 허공에 소리쳤다. “제게 신호를 보내주세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제발 고드프리 오빠가 저렇게 죽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그리고 토르가 죽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저를 사랑하신다면, 대답해주세요.”

그웬 공주는 다시 침묵했다. 그리고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길을 걸었다. 그러던 순간 마침내 어떠한 영감이 공주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호수. 슬픔의 호수.

그랬다. 슬픔의 호수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를 위해 기도를 올리러 가는 곳이었다. 그곳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나무로 둘러싸인 태초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레드우드 속 작은 호수였다. 사람들은 그곳을 신성한 장소로 섬겼다.

아버지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웬 공주가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공주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이 순간 아버지가 함께라는걸 느꼈다. 공주는 서둘러 레드우드를 향해, 나무에 둘러 쌓인 호수를 향해, 자신의 슬픔을 들어줄 호수를 향해 달렸다.

*

그웬 공주는 슬픔의 호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의 무릎 밑 바닥에는 호수 주변을 원형으로 둘러싼 솔방울들이 부드럽게 펼쳐져 있었다. 공주의 시선은 고요한 호수에 멈춰 있었다. 지금껏 보안 온 호수 중에서 가장 고요한 호수였다. 고요한 호수는 그 한가운데에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달빛을 담고 있었다. 원형의 호수에는 이제 막 뜨기 시작한 달 뿐만 아니라 저무는 태양이 함께 드리워져 있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뜨고 지는 달과 태양이 하나의 호수 안에 머물러 있었다. 공주는 지금 이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신성한 기운을 느꼈다. 마치 하루가 저물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창과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신성한 기운이 펼쳐진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신성한 곳에서, 모든 게 가능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공주는 그렇게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리며 성심 성의껏 간절히 기도했다.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은 공주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찼다. 공주는 그로 인한 고충을 모두 쏟아냈다. 고드프리 왕자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고, 토르를 위해서도 모든 걸 걸고 기도했다. 두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을 잃고 혼자서 개리스 왕과 맞서야 하는 건 생각도 하기 싫었다. 공주는 또한 반인 반수와 혼인을 올리게 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공주는 삶이 철저히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궁금증에 대한 답이 필요했다. 어쩌면 답이 아니라, 삶을 버틸 희망이 필요했다.

맥길 왕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호수의 신, 숲의 신, 산의 신, 바람의 신 등 다양한 신들에게 소원을 빌었다. 그러나 그웬 공주는 그러한 신들을 모두 부정했다. 공주를 토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왕국의 믿음을 믿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 속에 속했다. 공주는 이런 수많은 신이 아닌, 우주 전체를 관장하는 하나의 절대적인 신을 믿었다. 그리고 지금 공주는 그 절대적인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부탁 드립니다, 신이시여. 공주가 기도를 올렸다. 토르가 제게 돌아오게 해주세요. 전쟁에서 안전하게 돌아오게 해주십시오. 무사히 매복을 피하게 해주십시오. 고드프리 오빠를 살려주세요. 그리고 저를 지켜주세요. 그 누구도 저를 이곳에서 멀리 보내 반인 반수와 결혼하게 만들게 하지 말아주세요.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제게 신호를 보여주세요. 제게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알려주세요.

그웬 공주는 레드우드의 높이 뻗은 울창한 소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 공주는 머리 위로 불어오는 바람에 실랑이는 나뭇가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눈 앞에선 소나무의 솔잎들이 바람을 타고 호수 위로 내려 앉았다.

“소원을 빌 때는 신중해야 하네.” 누군가가 공주에게 말을 걸었다.

공주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공주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누군가가 서 있는 모습에 공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몹시 놀라긴 했지만 공주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였다. 공주는 그가 누군지 이내 알아차렸다. 오래된 깊은 목소리, 나무들보다 오래된 목소리, 이 지구보다 오래된 목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잘 아는 공주는 순간 가슴이 벅차 올랐다.

공주는 흰색 망토와 망토에 붙어있는 후드를 눌러쓰고 곁에 서 있는 그를 바라봤다. 그의 두 눈은 마치 공주의 영혼을 뚫을 듯한 기세로 이글거리며 공주를 마주했다.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지팡이의 끝은 지는 태양과 떠오르는 달을 향하고 있었다.

이르곤이었다.

공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르곤을 마주했다.

“찾았었어요.” 공주가 말했다. “오두막에 갔었어요. 제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셨나요?”

“난 모든걸 듣는다네.” 아르곤의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다.

공주는 그러한 아르곤의 모습에 잠시 말을 멈추고 의아해했다. 아르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제가 뭘 해야 하는지 말해주세요.” 공주가 다시 말을 이었다. “무엇이든지 하겠어요. 부탁이에요, 토르가 죽지 않게 해주세요. 토르가 죽게 내버려둬선 안돼요!”

공주는 앞으로 다가가 아르곤의 손목을 잡고 애원했다. 그러나 공주가 아르곤의 팔목을 잡자 그의 손목이 불타는 듯 뜨겁게 달아올랐고 공주는 아르곤의 에너지에 압도당하며 뻗었던 손을 다시 거둘 수밖에 없었다.

아르곤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고래를 돌려 호수 쪽으로 몇 걸음 발길을 옮겼다. 그는 그곳에서 하염없이 호수를 바라보며 서있을 뿐이었다. 그의 두 눈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공주는 아르곤 곁에 다가가 말없이 그의 곁을 지켰다. 아르곤이 다시 말을 건넬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렸다.

“운명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단다.” 아르곤이 입을 열었다. “그럼에도 그러길 애원하는 자에게는 엄청난 대가가 따르지. 공주는 생명을 구하길 원하는구나. 고귀한 노력이네. 하지만 두 사람의 목숨을 모두 구할 수는 없네. 선택을 해야 한단다.”

아르곤은 고개를 돌려 공주를 바라봤다.

“오늘밤, 토르를 구하겠느냐, 아니면 네 오빠를 구하겠느냐?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게 된단다. 운명이지.”

아르곤의 질문은 공주에겐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런 선택이 어디 있죠?” 공주가 반문했다. “한 사람을 구하려면, 한 사람을 저버려야 하잖아요.”

“그렇지 않단다.” 아르곤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모두 죽을 운명이란다. 애석하구나.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운명이다.”

마치 칼날이 공주의 심장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었다. 두 사람이 모두 죽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었다. 운명이 정말로 그렇게 잔인한 것이던가?

“두 사람을 두고 한 사람을 고를 순 없어요.” 마침내 공주가 힘없이 대답했다. “물론 토르를 향한 사람이 오빠에 대한 마음보다 강해요. 그렇지만 고드프리 왕자는 제 혈육이고 오빠에요.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의 목숨을 저버리는 선택은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제가 이런 선택을 하는 걸 원치 않을 거에요.”

“그렇다면 두 사람 모두 죽겠구나.” 아르곤이 대답했다.

그웬 공주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잠시만요!” 공주가 돌아서는 아르곤을 멈춰 세웠다.

아르곤은 다시 몸을 돌려 공주를 마주했다.

“저는 어때요?” 공주가 물었다. “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대가로 제가 죽으면요? 가능한가요? 두 사람을 모두 살리고 제가 죽으면 안 될까요?”

아르곤은 공주의 진심을 판독이라도 하는 듯 아주 오랜 시간 공주를 바라봤다.

“진심이구나.” 아르곤이 대답해다. “맥길 왕가에서 가장 진심이 담긴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네 아버지가 옳은 선택을 했구나. 그랬지, 그분은 그랬었지…”

아르곤은 계속해서 공주를 바라보며 차츰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아르곤의 시선이 불편하긴 했지만 애써 그의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공주의 선택으로 인해, 공주의 희생으로 인해.” 아르곤이 말을 이었다. “운명이 공주의 염원에 귀를 기울였다. 토르는 오늘밤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공주의 혈육도. 공주 또한 살 것이다. 그러나 공주의 남은 수명 중 일부분은 사라지게 된다. 기억하거라, 늘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두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대신 공주가 살아갈 삶의 일부분이 죽게 된단다.”

“그게 무슨 뜻이죠?” 공주가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지.” 아르곤이 대답했다. “공주는 선택을 내렸다. 그 선택을 다시 물리겠느냐?”

그웬 공주는 단단히 다짐했다.

“토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공주가 대답했다. “그리고 제 가족을 위해서도요.”

아르곤은 공주의 눈을 뚫어지도록 바라봤다.

“토르는 대단한 운명을 타고 났단다.” 아르곤이 설명했다. “그러나 운명은 바뀌기도 하지. 우리의 운명은 별들과 같아. 그럼에도 운명은 신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지. 신은 운명을 바꿀 수 있단다. 토르는 오늘밤 죽을 운명이었다. 공주가 아니었다면 토르는 오늘 죽었을 거야. 그리고 이를 막은 대가는 공주가 치르게 됐구나. 가혹한 대가지.”

공주는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공주가 아르곤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순간 눈앞에서 밝은 빛이 환하게 일어났고 그와 함께 예고도 없이 아르곤이 자취를 감췄다.

깜짝 놀란 그웬 공주는 호수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주변은 매우 고요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할 뿐이었다. 공주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뒤 저 멀리 하늘을 바라봤다. 모든 것이 감사했다. 마침내 공주는 평온을 되찾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미래에 있을 끔직한 무언가를 마음 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러한 생각들을 애써 지우려 하면 할수록 더욱 그런 생각 속에 사로잡혔다. 과연 토르를 구하는 조건으로 공주가 치를 대가가 무엇이란 말인가?

제8장

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토르는 적군들에 짓눌리며 꼼짝도 못한 채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속수 무책으로 누워 있었고 동시에 주변으로 울리는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말들의 울음소리, 이곳 저곳에서 죽어나가는 병사들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어느덧 태양이 저물며 달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름달이었다. 그 어느 때 본 보름달보다 크고 둥근 보름달이었다. 토르의 시야에 들어온 보름달은 거구의 적군이 토르의 눈 앞에 다가서자 시야가 가리워져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고 적군은 토르의 마지막을 장식할 기세로 삼지창을 들어올렸다. 토르는 죽음의 순간이 드리웠음을 깨달았다.

토르는 다가올 죽음을 맞이하며 눈을 감았다. 두렵지 않았다. 후회만 있을 뿐이었다. 토르는 좀 더 살고 싶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었고 자신의 운명이 무엇인지 밝히고 싶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그웬 공주와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렇게 죽는 게 억울했다.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 죽어서는 안됐다. 토르는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었다.

순간 토르는 몸 속에서 어떠한 힘이 발현되는 걸 느꼈다. 맹렬함이었다.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강력한 기운이었다. 새로운 힘이 발현되자 온 몸이 움찔거렸고 뜨겁게 달아올랐다. 발끝에서부터 다리, 허리 그리고 양 팔과 손끝까지 엄청난 에너지로 온몸이 타올랐고 알 수 없는 기운이 일어나며 빛을 발했다. 마치 땅 속에서 용이 승천하는 듯이 토르는 자신도 모르게 포효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토르는 자신을 붙잡고 짓누르는 적군들을 뿌리치며 바닥에서 일어났고 자신의 힘이 웬만한 병사 열 명보다 더 강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눈 앞에 선 적군은 삼지창을 내리 꽂았고 토르는 앞으로 다가가 그의 투구를 쥐고 박치기를 해 적군의 코를 부러뜨렸다. 토르가 적군을 다시 발로 힘껏 차버리자 적군은 마치 포탄처럼 저 멀리 날아가며 등 뒤로 적군의 병사들을 열 명이나 말에서 떨어뜨렸다.

토르는 기존에 느껴보지 못했던 분노를 느끼며 병사 한 명을 들어 올려 다른 병사들이 있는 곳에 힘껏 집어 던졌고 그때마다 상대편 병사들 수십 명이 볼링 핀처럼 다 함께 쓰러졌다. 토르는 다시 공격해오는 병사가 들고 있던 약 3미터 길이의 쇠사슬을 낚아채 머리 위로 쇠사슬을 돌리며 적들을 쓰러뜨렸다. 토르 주변으로 비명소리가 계속해서 일어났고 반경 3미터 내에 있던 수십 명의 병사들이 토르의 공격에 일제히 쓰러졌다.

몸 속에 흐르는 기운은 계속해서 강해졌고 토르는 뿜어 나오는 에너지를 거침없이 분출했다. 여러 명의 병사들이 토르를 향해 돌진하자 토르는 그들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손바닥이 욱신거렸고 이내 토르이 손바닥에선 차가운 안개가 발산되기 시작했다. 돌진하던 병사들은 눈 앞에 펼쳐진 얼음 장벽 앞에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병사들은 얼음 장벽에 길이 막혀 그대로 그 자리에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다.

토르는 양 손을 뻗어 적군들을 향해 에너지를 발산했다. 그러자 적군들이 모두 얼음 속에 갇혀 버렸다. 마치 전쟁터 바로 위로 얼음이 내려앉은 듯한 형상이었다.

토르는 서둘러 부대원들을 살폈다. 때마침 상대편 병사들이 리스 왕자, 오코너, 엘덴, 쌍둥이들을 향해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토르는 손바닥을 펼쳐 적군들을 얼렸고 죽음의 위기에서 부대원들을 구했다. 부대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토르를 바라봤다. 토르를 향한 그들의 시선엔 안도감과 감사함이 담겨 있었다.

맥클라우드 병사들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토르를 더욱 경계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토르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거리를 뒀다. 수십 명의 병사들이 얼어붙은 모습에 저마다 토르에게 가까이 가기를 꺼렸다.

그러나 어디선가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웬만한 병사들보다 체구가 다섯 배는 커 보이는 한 병사가 토르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키가 4미터는 되어 보였고 토르가 지금껏 본 검들 중 가장 큰 검을 쥐고 있었다. 토르는 돌진하는 병사를 얼리기 위해 손바닥을 들었다. 그러나 그 병사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토르가 내뿜는 에너지가 마치 귀찮은 모기라도 되는 듯 손으로 토르의 에너지를 치워버리고 계속해서 토르에게 돌진했다. 토르는 자신의 힘이 아직 불완전 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왜 자신의 힘이 상대편 적군을 쓰러뜨리기에 부족한지 원인을 알 수 없어 당황했다.

거구의 적군은 순식간에 토르에게 달려왔다. 그의 엄청난 속도에 토르는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토르의 뒷덜미를 잡아 토르를 공중으로 집어 던졌다.

토르는 바닥에 세차게 떨어졌다. 게다가 몸을 일으킬 틈도 주지 않고 거구의 적군은 이미 토르의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는 양 손으로 토르를 들어올려 시선을 맞췄다. 이내 거구의 적군은 다시 토르를 공중으로 높이 집어 던졌고 맥클라우드 병사들은 이를 지켜보며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토르는 그대로 60미터를 날아올라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갈비뼈가 부서지는 고통이 전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거구의 적군이 다시 토르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이제 토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토르에게 솟아나던 힘은 모두 소진 된 상태였다.

토르는 두 눈을 감았다.

부탁 드립니다, 신이시여, 도와주세요.

거구의 적군이 토르 위에 올라타자 토르는 마음 속에서 무언의 떨림이 계속해서 자라나는 걸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떨림은 토르의 몸 밖으로 나와 우주 전체에 퍼졌다. 토르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어느덧 스스로가 모든 사물과 조화되는 걸 느꼈다. 공기의 구조와 나무의 흔들림과 풀잎이 흔들리는 움직임까지 우주의 모든 것에 토르가 동화되어 있었다. 모든 사물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토르는 손을 뻗어 온 세계의, 우주의 모든 떨림을 불러 일으켰다.

감았던 두 눈을 뜬 토르의 귓가에 어마어마한 윙윙거림이 들렸다. 놀랍게도 토르의 손을 향해 거대한 벌떼가 곳곳에서 모여들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벌떼들은 계속해서 모여들었고 토르가 손을 더 높이 들자 벌떼들이 토르의 손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토르는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 알 수 없었지만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벌떼를 조종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토르는 거구의 적군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엄청난 벌떼들이 하늘을 덮으며 어둠이 일었고 순식간에 모든 벌떼들이 거구의 적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구의 적군은 양 손을 머리위로 들어 올리며 벌떼들을 휘저었다. 엄청난 벌떼들이 그에게 계속해서 달려들었고 쉬지 않고 벌침을 쏘아댔다. 수천만 마리의 벌에 쏘인 거구의 적군은 결국,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바닥에 얼굴을 떨구고 죽어버렸다. 그가 바닥에 쓰러지자 주변이 크게 울렸다.

토르는 다시 말에 올라 놀란 모습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맥클라우드 병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병사들이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토르가 그들을 향해 손을 뻗자 엄청난 벌떼들이 일제히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맥클라우드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수도 없이 쏘아대는 벌떼의 공격을 맞으며 도망갔다. 맥클라우드 병사들이 번개처럼 허겁지겁 도망가자 전쟁터는 순식간에 비어지고 있었다. 일부 병사들은 도망가지 못하고 벌떼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바닥 위에 시체가 되어 쓰러졌다.

살아남은 병사들은 계속해서 도망갔고 벌떼들을 그들을 공격하며 계속해서 따라갔다. 엄청난 윙윙 소리가 지평선 너머로 도망치는 군대의 말발굽 소리와 벌에 쏘인 병사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어우러졌다.

토르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단 몇 분만에 전쟁터의 병사들이 사라져버렸다. 남아있는 병사들이라고는 시체로 남은 병사들과 부상을 입고 죽어가는 병사들뿐이었다. 토르는 고개를 돌려 친구들을 살폈다. 모두가 지칠 대로 지쳐 거친 숨을 내뿜고 있었다. 부대원들은 하나같이 온 몸에 멍이 들고 이리저리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생명에 지장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토르와 안면이 없던 부대원 3명은 바닥에 누워 시체가 되어 있었다.

저 멀리서 우르릉거리는 거대한 소리가 일어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맥길 왕가의 군대가 언덕을 오르며 토르 일행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선두에는 캔드릭 왕자가 보였다. 토르 일행을 구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군대는 순식간에 토르와 부대원들 앞에 멈춰 섰다. 전쟁을 뒤로하고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들 앞에 맥길 왕가의 군대가 달려왔다.

토르는 놀란 눈으로 말에서 내려 토를 향해 달려오는 캔드릭 왕자와 콜크 사령관과 브롬 총 사령관을 바라봤다. 이들 뒤로는 왕실의 명예로운 실버 전사들이 함께였고 모두 말에서 내려 토르에게 다가왔다. 모두가 일제히 유혈 사태가 벌어진 전쟁을 치른 뒤 승리를 거머쥔 토르 일행을 바라봤다. 부대원들 뒤로 수백 명의 맥클라우드 병사들의 시체가 널브러진 모습에 모두가 의아한 모습이었다. 토르는 그들의 눈빛에서 궁금증과 경외감과 존경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의 눈빛 속에 담겨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한 평생 토르가 꿈꿔왔던 것이었다.

토르는 영웅이 되어 있었다.

41 043,24 soʻm
Yosh cheklamasi:
16+
Litresda chiqarilgan sana:
10 oktyabr 2019
Hajm:
181 Sahifa 3 illyustratsiayalar
ISBN:
9781640294530
Mualliflik huquqi egasi:
Lukeman Literary Management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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